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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6 15:27

“차별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였다” — 2024년 광산구 조사로 드러난 이주노동자 인권 실태

  • admin 오래 전 2025.06.26 15:27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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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사망사건 고발 기자회견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4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실시한 외국인주민 인권실태조사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폭력과 무시,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5%가 한국인으로부터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37.6%는 위협을, 35%는 폭언 또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단순히 불편한 대우를 넘어서 구조적인 차별과 인권 침해가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차별을 감내하는 일상이 되어버린 이주노동자

이번 조사는 광산구가 6개국 출신 이주민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로, 외국인 주민들의 생생한 경험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 응답자는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위협당하니 더 말도 못 걸겠다”, “잘못하면 신고하겠다며 협박하길래 고개만 숙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이들이 처한 구조적 환경이 그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지 한 지역의 특수한 현상이 아닌,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협박의 도구로 작용하며, 폭언과 착취를 용인하게 만드는 사회적 방패가 되어버렸다.

인권 보호는 왜 구조에서 누락되었는가?

해당 조사를 수행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이 문제의 본질을 “체류 취약성과 언어 장벽, 직장 내 권력구조”로 진단했다. 실제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관리자로부터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항의하지 못한다. 언어 장벽은 물론, 체류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곧 추방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 침해의 상당 부분은 일터에서 발생하며, 고용주가 인권 보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그 결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현장에서 무력해지고, 피해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기도 전에 스스로 침묵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제도적 보완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역과 번역 등 언어 지원 시스템의 확대가 시급하다. 이주노동자들이 폭력을 경험했을 때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고용주와 관리자에게 인권교육을 의무화하고, 현장에서의 인권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셋째, 체류 법제에 대한 교육과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 단지 ‘합법 체류 여부’에 초점 맞춘 제재 중심 정책을 넘어서, 이들이 기본적인 권리와 보호의 범주 안에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넷째, 익명 신고와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쉼터, 심리상담, 법률 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피해자의 ‘안전한 회복’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그들은 단지 노동자가 아니라, 이웃이었다”

광산구의 조사는 단지 수치를 보여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외면해왔던 ‘숨겨진 일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폭언과 위협, 무시는 단지 나쁜 말이나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사각과 사회의 침묵이 빚어낸 구조적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왜 사람으로 불리지 못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우리는 또다시 누군가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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